6 귀가 먹먹해질 듯한 함성. 내게 완벽하게 집중된 시선들. 밀려드는 부끄러움에 고개를 푹 숙이고 무대에서 내려왔다. 초롱초롱한 갈색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이민하를 향해 어색한 미소를 흘리며 강당 바닥에 주저앉았다. 김여주의 반응을 확인하기가 두려워 그 애가 있는 방향을 쳐다볼 수조차 없었다. 화가 많이 났겠지. 그래도 김여주 성격에 기분 나쁜 티...
5 김여주를 처음 만난 건 여섯 살 무렵이었다. . . . 뭐야, 이거 텔레비전도 안 나오잖아. “엄마, 이거 언제 고쳐요?” “이따가 설치 아저씨들 오실 거야. 우리 정국이 여기 떡 옆집이랑 옆 옆집에 돌리고 올래?” “네에-” 띵-동- 띵-동- 띵-동- 띵-동- 달칵- 조금 열린 현관문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예쁘고 하얀 여자아이. 투니버스에서 가끔 즐겨...
3 “12반 이민하. 좋아해. 우리 사귀자.” 상상조차 해 본 적 없는 시시한 반전영화가 눈앞에서 재생되고 있었다. 귀가 아플 만큼 높은 데시벨로 전정국과 이민하의 이름을 불러 젖히는 시끄러운 환호성이라던가, 제 반이 있는 쪽을 향해 완전히 몸을 틀고서 뚫어져라 어딘가를 응시하는 정국이의 눈동자 같은 것이 전부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.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...
1 너무 좋아해, 정국아. 오늘로써 몇 번째인지도 기억나지 않는 나의 고백. 책상 위에 엎드려 세상모르고 취침 중인 녀석의 뒤통수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. 들을 사람은 숙면을 취하고 있는데 이게 무슨 고백이냐고? 말하지 않았는가. 몇 번째인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. 나라고 처음부터 이렇게 도둑 고백을 했던 건 아니었다. 여섯 살. 망설임이란 단어를 키운 적...
별 헤는 밤 복사나무 꽃 아래서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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